스스로 악마이자 신이 되어 딸을 살해한 남자를 심판한 아버지. 비극의 출발이자 마지막인, 그러나 끝내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딸. 진실을 밝혀냈지만 패배한 탐정.
모두가 누군가가 세팅한 무대 위의 인형에 지나지 않았다! 괴물은 누구이며, 그 괴물을 움직이는 자는 누구인가?
17세 여학생 요리코가 공원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아버지 유지는 사건을 급하게 덮으려는 경찰을 믿지 못하고, 직접 진범을 추적해 살해한 후 자살을 시도한다. 그리고 남겨진 한 편의 수기. 열흘간의 복수 과정이 담긴 아버지의 수기가 세상에 공개되어 모두가 경악하는 가운데, 사건 재조사를 맡은 탐정 노리즈키 린타로는 수기에서 어딘가 석연찮음을 느낀다. 어쩌면 진짜 복수는 그곳에 없을지도 모른다.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서 린타로는 14년에 걸친 가족의 비극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은 ‘억울하게 죽은 딸을 위해 살해마저 무릅쓰는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우리가 안심할 수 있는 이야기의 안전지대를 박차고 나아간다. 경악스러운 반전, 그리고 마지막 장에 다다르며 드러나는 이면의 진실에 린타로는 마침내 무력감을 느낀다.
『요리코를 위해』는 소설이 끝난 후에도 독자를 참혹한 감정에서 놓아주지 않는 깊은 여운을 남겨 노리즈키 린타로의 최고의 작품이라 손꼽히며, “트집 잡을 곳이 없는 완벽한 작품”(소설가 호시 오사나에), “진실로 완벽하게 수렴돼가는 라스트가 압권!”(와세다대학 신문)과 같은 극찬을 받았다. 이번에는 출간되는 『요리코를 위해』는 노리즈키 린타로에 의해 개정된 2017년 신장판을 저본으로 옮겨졌다.
저자소개
추리소설 작가이자 평론가.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추리를 넘어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파고드는 깊이 있는 작품으로 본격추리소설 마니아는 물론 소설 독자 다수로부터 찬사를 받는, 일본 신본격파를 대표하는 작가. 일본 추리소설계에 새로운 흐름을 던진 신본격파新本格派를 선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본명은 야마다 준야. 필명인 노리즈키 린타로는 요시카와 에이지의 『나루토 비첩』에 등장하는 첩자 노리즈키 겐노조에서 따왔다. 1964년 시마네 현에서 태어났다. 교토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했다.
명문으로 널리 알려진 교토대학교 추리소설 연구회 출신으로, 현재 일본 추리소설을 이끌고 있는 아비코 다케마루, 아야쓰지 유키토와 같은 동호회 출신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와은행에서 일하다가 1988년 『밀폐교실』로 에도가와 란포상 후보에 올랐고, 그의 작품을 눈여겨 본 대작가 시마다 소지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미국 추리소설의 거장 엘러리 퀸에 매료됐는데, 그 때문인지 엘러리 퀸의 작품과 몹시 닮아 있다. 그는 작가의 이름 ‘노리즈키 린타로’와 소설 속 탐정의 이름을 같게 설정하고, 탐정의 부친 노리즈키 경시를 등장시키는데 이는 엘러리 퀸의 방법과 똑같다. 또한 천재 탐정이 등장하는 현실성 없는 전개보다는 차근차근 논리적인 소거법을 이용해 범인을 좁혀나가는 스타일의 작품이 많은데 이 역시 엘러리 퀸의 스타일과 비슷하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추리소설의 존재 의의나 밀실 구성의 필연성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는 등, ‘고뇌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엄격함을 기반으로 치밀하게 구축되는 추리소설을 쓰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장르의 근원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다고 평가된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동료 작가들에 비해 작품 수가 많지 않고 장편은 매우 적은 편이다. 「도시 전설 퍼즐」로 제55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문을 수상했으며, 근 10년 만에 발표한 장편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로는 제5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과 2005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05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에 올라 걸작의 탄생을 알렸다.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의 최신간에 해당하는 『킹을 찾아라』는 교환 살인을 소재로 하고 도입부에서 범인과 동기를 밝히는 도서倒敍 추리를 도입하는 등, 본격 미스터리에서는 매우 드문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사중 교환 살인을 바탕으로 한 복잡하고 정교한 본격 트릭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13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2위 및 각종 미스터리 문학 순위에 올라 저력을 과시하였다. 그 밖의 작품으로 『요리코를 위하여』, 『1의 비극』, 『또다시 붉은 악몽』, 『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 『눈 밀실』,『수수께끼가 다 풀리면』 등이 있다.
현재 그는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와 평론 두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며, 각종 서평이나 해설을 통해 거장에게는 예우를 다하고, 후배에게 등단의 기회를 주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