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태평양의 외딴섬에 표류한 문명인 로빈슨 크루소와 자연과 동화되어 사는 자유분방한 야만인 방드르디
대니얼 디포 이후의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들 가운데 주제 면에서 가장 큰 혁신과 변화를 만들어낸 작품은 단연코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야생의 삶』이다. 그는 이 책에서 야만인 방드르디를 더 이상 노예가 아닌, 로빈슨과 평등한 관계로 끌어올리며 문명과 야만, 질서와 혼란, 이성과 본능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뒤흔드는 새로운 관점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저자소개
1924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소르본 대학교와 독일 튀빙겐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어린 시절부터 철학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스물다섯 살 때 치른 대학교수 자격시험에 실패한 후 에리히 레마르크 등 독일 문학 작품 번역에 몰두하였다. 1954년부터 5년간 유럽 제1방송에서 문화 프로그램 PD로 근무하였으며, 플롱 출판사에서 10년간 문학 편집부장을 지냈다. 1967년에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재해석한 데뷔작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을 발표하면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어 20세기 최고의 전쟁 문학으로 평가받는 『마왕』을 발표하여 1970년에 공쿠르상을 수상했고, 1972년에는 공쿠르상을 심사하는 아카데미 공쿠르 종신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첫 번째 작품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이 다니엘 데포의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면, 이 두 번째 작품은 괴테의 유명한 발라드 「마왕」과 「요정들의 왕」이라는 게르만 신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마왕』은 『양철북』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전쟁 문학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미셸 투르니에 최고의 환상 소설이다.
『동방박사와 헤로데 대왕』에서는 자신의 기독교 교육과 동방박사의 경배에서 받은 영감을 아름다운 성화에 바탕을 두고 재창작했다. 중동의 이국적인 풍물과 구약성경에 대한 뛰어난 학식을 바탕으로 흑인 아기 예수와 그를 경배하러 떠난 동방박사의 여정이 신화적 상상력을 자아낸다. 백인 여자 노예에게 격렬한 호기심과 동시에 심한 열등감을 느끼고 왕국을 떠나는 흑인 왕 가스파르, 학문과 예술을 사랑하지만 모습과 형상이 일치를 이루는 기독교 예술을 찾기 위해 베들레헴으로 향하는 니푸르 왕 발타자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권력다툼에 환멸을 느끼고 아기 예수를 통해 '연약함의 힘, 비폭력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팔미렌의 왕자 멜쉬오르를 통해, 진리를 찾아 떠나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보여주고 있다.
"책이란 피를 많이 흘려 마르고 굶주린 새들로, 살과 피를 가진 존재- 즉 독자를 찾아 그 온기와 생명으로 제 배를 불리고자 미친 듯이 군중 속을 헤매어 다니는 것이다." 『흡혈귀의 비상 : 미셸 투르니에 독서노트』는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의 독서 노트로, 작가와 작품에 대한 광범위한 사료를 바탕으로 재창조한 비평이 가히 프랑스와 유럽의 문학, 사회사를 방불케 한다.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셰익스피어'와 만나고, 뜨거운 낭만주의, '보바리 부인과 토마스 만이라는 거대한 산맥에 대한 통시대적 고찰이 시도되고 있으며, 페로의 동화들이 사무엘 베케트와 나란히 서기도 하는 지적 탐닉과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투르니에의 '글쓰기'는 다른 '책들 '속으로 파고드는 또다른 문학적 참여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소설가적 이력이 투르니에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철학을 전공한 투르니에는 철학자이기도 하며, 파리의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나 교양 있는 교육을 받은 세련된 심미가이며, 1924년에 태어나 유럽의 격변을 몸으로 체험한 20세기의 증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투르니에는 긴 시간을 통찰한 하나의 두께 있는 시선이며, 유럽의 정신사를 담고 있는 지성이고, 인간에 대한 탐욕스러운 관심과 애정 그 자체이다. 1972년에는 공쿠르상을 심사하는 아카데미 공쿠르 회원으로 추대되어서, 프랑스 문단에서 대가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획득했다. 1962년부터 파리 근교의 생 레미 슈부르즈 근처에 있는 슈아젤이라는 작은 마을의 옛 사제관에서 은둔 생활을 하였고, 2016년 91세의 나이로 타계하였다.
저서로는『메테오르』, 『황야의 수탉』, 『가스파르, 멜쉬오르, 그리고 발타자르』 ,『질과 쟌느』, 『움직이지 않는 떠돌이』, 『금 물방울』,『로빈슨과 방드르디』, 『사랑의 야찬』, 『지독한 사랑』, 『피에로와 밤의 비밀』, 『푸른 독서 노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