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한글판+영문판)
일본 데카당스 문학의 대표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그린 이 시대 인간들의 위선과 잔혹성
《인간 실격》이 《외투‧코》에 이어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39번째로 출간되었다.
20세기 일본 문학의 대표 작가이자 한국 전후 문학에 영향을 미친 다자이 오사무.
그의 대표작《인간 실격》은 사회에 대한 불안이 팽배한 시대에 꽃핀 작품이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알려진 이 작품은 다자이 오사무의 수기 형식을 빌려 마치 작가 자신의 삶을 고백하듯 이야기한다. ‘나’라는 화자가 서술하는 서문과 후기, 작품의 주인공 요조가 쓴 세 개의 수기로 구성되어 인간, 사회와의 모든 통로를 웃음으로 감춰 버린 한 젊은이의 퇴폐적 정서와 불안을 통렬하게 그린다. ‘인간들’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그 세계에 동화되기 위해 ‘익살꾼’을 자처했던 요조는 결국 ‘인간 실격자’가 되고 만다.
소외된 요조를 통해 인간 세상의 위선과 잔혹성을 체험하게 하는 수작! ‘요조’를 통해 누구나 인간이라면 한번쯤 느꼈을 만한 인간 내면의 갈등, 믿지 못하는 인간 세상에서 과연 인간다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자문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뒤틀린 가면 속 고통스러운 인간의 외침
인간 내면의 본질은 무엇인가
주인공 요조는 부족함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겉보기에는 인기 많고 명랑하다. 하지만 내면에는 인간에 대한 불신과 공포를 감추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더욱더 타자(他者)가 바라는 자신의 모습, 그저 그들이 원하는 웃음을 주는 단순한 인간으로 존재한다. 그럼에도 그것은 행복이나 만족과는 거리가 멀다. ‘광대 짓’이라는 가면 속 자신은 숨겨 둔 채 어느 누구와도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다. 그래서 그의 인간관계는 허무하고 공허하다. 결국 요조는 몇 번의 자살 기도와 술, 여자, 그리고 마약으로 인해 점점 망가지고 끝내는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
요조가 죽기까지의 과정은 고통의 연속이다. 과연 ‘요조’를 그토록 고통스럽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 결국 살아 있는 자신도, 친구도, 연인도, 모든 것이 고통스러웠던 현실 속에서 요조는 스스로를 가둔 외로운 인간이며, 그 시대 인간들의 초상인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모든 사람 앞에서 ‘광대 짓’을 해야만 했던 요조. 그리고 그를 둘러싼 공포의 대상이었던 인간. 그들을 상대하는 자신의 모습은 곧 타락한 인간의 자화상이나 마찬가지였다. 주인공이 바라보는 혹은 스스로가 바라보는 진정한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지 되새겨 본다.
어떻게든 좋으니 웃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인간들은 내가 그들의 소위 ‘삶’ 바깥에 있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무조건 인간들의 눈에 거슬려서는 안 된다. 나는 무(無)이며, 바람이며, 허공이라는 생각만이 자꾸만 더해져 저는 광대 짓으로 가족을 웃기고, 또 가족보다 더 불가사의하고 무서운 하인이며 하녀한테까지 필사적인 광대 서비스를 했습니다.
_‘첫 번째 수기’ 중에서
아침에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났을 때, 저는 본래의 경박하고 위장에 능한 광대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솜에도 상처를 입습니다. 행복에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는 겁니다. 상처받기 전에 얼른 헤어지고 싶어 마음이 급해지는 통에 광대 짓이라는 연막을 사방에 둘러치는 것입니다.
_‘두 번째 수기’ 중에서
신께 묻습니다. 무저항은 죄가 되나요?
호리키의 그 신기할 정도로 아름답던 웃음에 저는 눈물을 쏟아 내며 판단이고 저항이고 할 생각도 못해 본 채 자동차에 실려 여기까지 왔고, 미치광이가 되었습니다. 당장 여기서 나간들 제 이마에는 역시 미치광이, 아니 폐인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겠지요.
인간, 실격.
이제 저는 완전하게,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_‘세 번째 수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