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라는 대형 참사에서 생존한 당사자가 쓴 첫 단행본이다. 사회적 참사가 어떻게 개인에게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기는지 보여주고, 더는 같은 고통을 겪는 이가 생기지 않으려면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이 숙제를 풀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개인의 불행을 딛고 타인을 향한 연대로 나아가는 이 이야기는 ‘한 사람의 불행’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 어떻게 모두를 위한 사회적 기록으로 환원될 수 있는지 몸소 보여준다.
저자소개
1995년, 스무 살에 삼풍백화점에서 일당 3만 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겪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몹시 아팠다. 밖에서는 멀쩡히 웃고 떠들고 잘 지내고 돌아와 가만히 손목을 긋기도 했고, 일하다 말고 갑자기 집으로 가 수면제를 한 움큼 집어삼키고 누워 있기도 했다. 그 후로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았고, 그 일을 잊고 살려고 노력했다.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세상은 생존자가 침묵하는 딱 그만큼 불행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는 침묵하지 않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에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의 생존자가 말한다〉를 썼고, 이를 계기로 딴지일보에 〈저는 삼풍의 생존자입니다〉를 정식 연재했다. 앞으로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지난날의 상처를 통해 무엇을 보고 또 느꼈는지. 특히 삼풍 사고가 생의 지축을 어떻게 뒤바꾸어놓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목차
| 프롤로그 | 그러니 당신도 살아 있으라
제1장. 생존의 기억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 방황의 나날들 비극의 시작 10년이 지나 죽기로 결심하다 나를 사랑했던 사람에게 감당하지 못할 빚더미 타인에게 욕먹는 일 불행을 맞이하는 법 고단해도, 살아야겠다
제2장. 고통이 가져다준 선물들 혼자 만드는 천국은 없다 벼랑 끝에서 붙잡혀버린 손 슬프지 않던 모든 날이 행복이었음을 숨지 않기, 침묵하지 않기, 기록하기 무례하지 않게 온기를 전하는 법 담백하게 위로하는 마음 서로에게 기꺼이 기대면 안 될까
제3장. 익숙한 비극 사이에서 건져 올린, 인간이라는 희망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타인을 안다는 착각 위로는 행동이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일에 대하여 다시 배워나가는 일상 밥 먹고 다니라는 말
제4장. 상처가 상처를 끌어안을 때 삼풍과 세월호 상갓집 앞에서 옷깃을 여미는, 최소한의 배려 용서의 무게 진도 막사에서의 밤 자꾸만 설명을 요구하는 사람들 상처받은 이가 상처받은 이에게 계속 쓰고 말하기로 했다 살아남은 자에게 주어진 소명